2. 스캔들이 따라다니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
홍콩 경매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관련 뉴스를 하나 더 볼까요?
소더비 옥션은 마크 로스코의 1954년 작품 <무제 Untitled (Yellow and Blue)>를 올 가을, 홍콩의 새 본사에서 열리는 경매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9월 말에 같은 지역에서 신사옥을 열고 첫 경매를 하는 크리스티 옥션의 일정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까지 정확한 날짜와 세부 사항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로스코의 작품을 내세워 홍콩에 승부수를 던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명한 노란색과 파란색이 특징인 이 작품은 소더비 메종에서 프리뷰로 9월 25일까지 전시됩니다. 소더비 옥션 측은 이 작품이 로스코의 예술적 성취가 절정에 오른 시기의 시그니쳐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그러나, 소더비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 작품이 경매에 나올 것을 예고하는 포스팅이 뜨자마자 ‘이건 아이키아?’, ‘미니언즈 아냐?’, ‘우크라이나로 가야하는 작품이다’와 같은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로스코의 <무제>(1954)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소장 이력입니다. 가장 최근의 거래는 2015년 뉴욕 소더비 옥션에서 열렸던 경매에서 4,650만 달러 (약 620억 원)에 낙찰된 바 있습니다.
로스코가 사망한 직후에 이 작품을 처음으로 구매한 사람은 폴 멜론 부부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부자 리스트 10명 안에 드는 사람들이었죠. 이후 이 작품을 프라이빗하게 구매한 것은 프랑수아 피노, 크리스티 옥션의 소유주이자 다수의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 그룹의 창업자였습니다.
프랑수아 피노로부터 2013년에 이 작품을 구매한 사람은 엄청난 규모의 자금세탁 스캔들을 일으킨 말레이시아의 금융가, 조 로우였습니다. 소더비 파이낸셜 서비스는 조 로우가 소장했던 고가의 미술품을 담보로 막대한 금액을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로우의 불법적인 행각이 드러나기 직전인 2015년에 로스코의 그림은 소더비 옥션을 통해 판매되게 됩니다.
2015년 경매에서 러시아의 빌리어네어 파크하드 아크메도프가 약 620억 원에 이 작품을 구매합니다. 그런데 일 년 후 아크메도프가 이혼 소송에서 전 부인에게 약 8천억 원의 이혼합의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게 됩니다. 당시 영국 법원에서 명령한 사상 최대 이혼합의금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크메도프의 이혼 소송은 2021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 둘의 미술 컬렉션을 어떻게 분할할 것인가에 대한 싸움도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그리하여 로스코의 <무제>(1954)가 다시 경매에 등장합니다. 소더비 메종의 홍콩 첫 경매로 그 무대를 마련한 것에 대한 의문이 있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아시아에서 열렸던 경매에서 메이저 로스코의 작품이 나온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이번 로스코 경매를 통해 예술과 금융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진화하고 있는 아시아 미술 시장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의 2인전 <조응: 이우환 & 로스코>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우환 작가가 직접 선택한 로스코의 작품 6점이 포함된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