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를 달군 화제작, 역사를 다시 쓰는 프리다 칼로 안녕하세요
아트어드바이저 지연입니다.
최신 해외 미술 소식을 배달하는 아트레터가 왔습니다. 💌
한 해를 돌아보기에 아직 이른 것 같은 12월 첫째 주,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가 돌아왔습니다. 이 아트페어를 통해 한 해의 미술 시장 트렌드를 종합하고, 내년의 움직임을 짐작하기도 하는데요. 올해도 화제가 될 만한 작품들과 프로젝트들이 발표되었습니다. 활력을 찾은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 떠들썩했던 마이애미로 떠나봤습니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아티스트,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까지 담아왔습니다.
그럼 이번 주의 흥미로운 미술 소식을 살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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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EEK IN SHORT
🤝 페이스 갤러리와 두 베테랑 딜러, 에마뉘엘 디 도나와 데이비드 슈레이더가 함께 블루칩 2차 시장 전문으로 하는 새 갤러리 ‘PDS’ 출범 발표 - 침체와 구조조정 흐름 속, 대형 갤러리들이 연합해 안정적·효율적 시장 운영을 노리는 움직임이 본격화
⭐️ 아트리뷰의 2025년 '파워 100인 (Power 100)' 발표 - 아티스트 양혜규, 김아영, 크리스틴 선 킴,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 정도련 큐레이터가 이름을 올려
🎤 20주년을 맞은 아트페어 디자인 마이애미, 두바이 진출 발표 - 2027년 알세르칼 애비뉴에서 첫 에디션을 열 예정으로 아트 바젤 카타르, 프리즈 아부다비에 이어 글로벌 아트·디자인 시장의 중동 진출 움직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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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Basel Miami Beach 2025, courtesy of Art Bas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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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2025,
올해 미술 시장의 온도를 보여주다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에게 12월의 마이애미는 일 년을 결산하는 장소이자, 일종의 기상 관측소입니다. 시장의 기압이 어떤지, 새로운 작가들의 기류가 어디로 흐르는지, 그리고 어떤 작품이 새 바람을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2025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43개국에서 모인 283개 갤러리가 참가했고, 그중 48곳은 첫 참가였습니다. 미술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진 VIP 오프닝에 다수의 유명인사들이 포착되면서 마이애미의 저력을 보여준 한 주였습니다.
이번 페어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시장이 견고하고 차분하게 호황을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50만 달러 (약 7억 원) 이하의 작품이 젊은 컬렉터들에게 활발히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블루칩 작품은 여전히 수백만 달러대의 안정적인 판매를 이어갔습니다. 시장의 기초체력과 상위권의 저력 두 가지 모두 탄탄하다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흐름은 새로운 세대의 컬렉터들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라왔다는 사실입니다. 테크 업계의 신흥 부호들과 30–40대 젊은 컬렉터들은 더 이상 조연이 아니라, 작품 가격과 아트 페어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주연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들의 취향은 한 가지로 특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회화, 설치, 도자기, AI 기반 디지털 아트까지 아우르는 구매 결과에서 다양성과 실험성에 대한 호기심이 확인되었습니다.
여기에 마이애미라는 도시의 고유한 지형적·문화적 배경이 맞물리면서 라틴 아메리카 예술도 확실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모더니스트 거장들의 작품 가격이 급등하는가 하면, 젊은 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의 작업도 ‘스토리 있는 작품’을 찾는 큐레이터와 컬렉터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문제를 다루는 설치 작품이 인기를 끈 것 역시, 윤리적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시대 컬렉터의 태도를 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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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ist Beeple (center) at the Zero 10 section of Art Basel Miami Beach, photo by Liliana Mo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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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화제작: 비플의 <레귤러 애니멀스>
이번 아트 바젤 마이애미 2025에서 그 어떤 작품보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은 디지털 아트 스타, 비플(Beeple, 본명 마이크 윈켈만)입니다.
아트레터를 꾸준히 읽으셨다면 비플의 이름이 낯설지 않을텐데요. 2021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를 통해 <매일: 첫 5000일>라는 작품을 약 910억 원에 판매해, NFT 아트 최고가를 만들어낸 인물이자, NFT 아트 과열에 대한 조롱의 대상이 되어 온 아티스트입니다. 그의 신작 <레귤러 애니멀스 Regular Animals>는 많은 관람객이 “이건 미술 작품인가, 사회학적 풍자극인가?”라고 되묻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로봇 공학과 하이퍼리얼리즘 조각이 결합된 이 설치 작품에는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앤디 워홀, 피카소의 얼굴을 한 로봇 개들이 등장합니다. 이 로봇들은 전시장 바닥을 서성거리며 주변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바탕으로 AI가 각 인물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만든 이미지를 프린트해 뱉어냅니다 (싼다고 해야할까요). 일종의 ‘작품 인증서’인데, 그 위에는 “100% GMO-프리, 유기농 개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비플 특유의 촌철살인이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VIP 프리뷰에서 10만 달러 (약 1억 4천만 원)인 로봇 에디션 대부분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판매에서 제외된 제프 베조스 로봇만 빼고요. <레귤러 애니멀스>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를 풍자하는 사회 비판적 예술가로서 비플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공간이 바로 아트 바젤 마이애미가 올해 첫선을 보인 디지털 아트 섹션 ‘Zero 10’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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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Basel launches Zero 10, courtesy of Art Bas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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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10 섹션이 보여준 미래
Zero 10은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새로운 장소였습니다. 0과 1 사이에서 태어나는 예술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처럼, NFT 이후 커진 디지털 아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디지털 아트는 단순한 파일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AI·VR·블록체인을 아우르는 ‘내러티브를 가진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AI가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 이미지를 계속 생성하는 설치 작품부터, AR을 통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캔버스로 변모시키는 실험까지 등장했습니다. 이제 예술가는 단순히 작품을 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Zero 10은 이 변화가 더 이상 실험실 수준이 아니라 시장으로 들어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섹션이었습니다.
첫 날인 VIP 프리뷰 직후 Zero 10 섹션에 포함된 작품의 65% 판매 실적을 공개하면서 성공적인 결과를 자축했는데요. 과연 이 새로운 바람은 아트페어를 어디로 싣고 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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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 Kahlo's El Sueno (La cama) sold for $54.7 million, courtesy of Sotheb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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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다시 쓰는 프리다 칼로
— 낙찰가 805억 원의 의미
미술 시장에서 ‘최고가’는 단순히 숫자 경쟁이 아니라, 어떤 시대의 관심과 가치관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꿈 (침대) El sueño (La cama)> (1940)가 805억 원 (5,470만 달러)에 낙찰된 사건은, 하나의 경매 결과를 넘어 올해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순간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단번에 여성 작가 최고가, 프리다 칼로의 개인 최고가, 라틴 아메리카 작가 최고가—세 개의 벽을 한 번에 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기록 3종 세트’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겠습니다.
여성 작가 최고가 기록, 드디어 다시 쓰이다
그동안 여성 작가 최고가는 2014년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이 세운 4,440만 달러 (약 650억 원)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칼로의 기록은 그 벽을 단숨에 넘어버렸습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시장의 시선이 여성 예술가의 서사와 역사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최근 컬렉터들이 여성 초현실주의 작가들에 쏟는 관심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흐름과도 맞물립니다. .
라틴 아메리카 예술의 위상을 대변하는 기록
이번 낙찰가는 프리다 칼로 개인 기록 또한 갈아치웠습니다. 이전 기록은 2021년 <디에고와 나 Diego y yo>의 3,490만 달러입니다. 그보다 20년 빠른 시기의 작품이 4년 만에 새로운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것은, 칼로의 예술 세계 전반에 대한 관심이 엿보이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이 기록은 라틴 아메리카 예술 전체의 새로운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칼로는 더 이상 지역적 아이콘이 아니라, 앤디 워홀이나 바스키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음을 숫자로 입증한 셈입니다. 안정적인 브랜드 파워를 가진 작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프리다 칼로가 그 위계의 최정상에 올라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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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 Kahlo at ABC Hospital sketching, 1951, photo by Juan Guz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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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영원한 아이콘
프리다 칼로는 단순히 유명한 화가가 아니라, 20세기 이후 가장 강력한 문화적 이미지 중 하나입니다. 그녀의 자화상은 관람자에게 정면으로 말을 걸고, 때로는 공격적일 정도로 솔직합니다. 이는 그녀의 삶이 남긴 상처 때문이기도 합니다.
칼로는 18세에 겪은 끔찍한 교통사고로 평생 고통에 시달렸고, 수차례의 수술과 침대에서 보내는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국민 화가로 알려진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과 정치적 신념이 얽혀 있던 복잡한 인간관계, 그리고 치유되지 않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끝없는 시도가 47년의 삶을 가득히 채웠습니다.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얼굴과 몸, 그리고 상징적 이미지로 응축되어 화면에 등장합니다. 칼로의 말대로, “나는 꿈을 그리지 않았다. 나의 현실을 그렸다”는 진술은 지금도 여전히 강렬하게 들립니다.
이번에 기록을 세운 작품 <꿈 (침대) El sueño (La cama)>는 칼로의 가장 중요한 자화상 중 하나로 꼽힙니다. 화면을 보면 칼로는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고, 그 위에는 멕시코 전통의 익살스러운 ‘유다(Judas)’ 형태의 해골 인형이 누워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해골은 다이너마이트로 전신이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림 속 상징은 칼로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침대는 칼로의 작업실이자 감옥, 그리고 현실과 환상이 섞이는 경계의 무대입니다. 해골은 잠들면 죽을 수도 있다는 그녀의 공포를 시각화합니다. 다이너마이트는 차원 간 이동, 즉 삶과 죽음, 현실과 꿈을 잇는 폭발적인 통로처럼 묘사되었고요. 침대에서 작업해야 했던 삶의 조건이 곧 작품의 형식이 되었고, 그 현실이 지금의 화제작을 만들었습니다.
왜 지금, 왜 프리다 칼로인가?
멕시코 정부가 1980년대에 칼로의 작품을 ‘국가적 기념물’로 지정하고 해외 반출을 제한한 후, 그녀의 작품은 국제 시장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희소성 자체가 이미 큰 가치를 갖습니다. 여기에
여성 작가 재평가 흐름,
라틴 아메리카 예술의 상승세,
미술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빛을 발하는 ‘아이코닉 브랜드’의 힘,
이 세 가지가 더해지면서 이번 낙찰가는 거의 예견된 사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프리다 칼로는 단순히 높은 가격으로 기억되는 작가가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가장 뛰어난 언어로 번역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그 번역이 너무 압도적이라, 우리는 그녀의 현실을 꿈처럼 받아들이고, 그 꿈을 현실처럼 느끼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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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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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갈게요.
정지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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