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옥션 역대 최고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미술품이 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안녕하세요
아트어드바이저 지연입니다.
최신 해외 미술 소식을 배달하는 아트레터가 왔습니다. 💌
업무와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뉴스레터를 한동안 보내지 못했는데요.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이번 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미술계 소식, 들으셨나요? 바로 클림트의 초상화가 뉴욕 경매에서 엄청난 가격에 판매된 사건입니다.
소더비 옥션은 새로운 글로벌 본사 오픈과 함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휘트니 미술관 건물로 알려졌던 뉴욕의 브로이어 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한 소더비는, 11월 18일 개관 기념 첫 이브닝 세일을 열며 새 출발을 알렸습니다. 최근 옥션 하우스 전반의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 흐름 속에서 소더비의 대규모 이전 계획은 우려를 낳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소더비는 총 7억 6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세일을 달성하며 ‘매디슨 애비뉴 시대’의 성공적인 막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는 바로 오늘 소개할 한 작품이 있습니다.
그럼 이번 주의 흥미로운 미술 소식을 살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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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EEK IN SH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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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ening sale at Sotheby's featuring Portrait of Elisabeth Lederer, courtesy of Sotheby'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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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65억 원을 기록한 클림트의 초상화,
그 가치는 어디서 왔을까?
2025년 11월 18일, 소더비 옥션이 280년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 (Bildnis Elisabeth Lederer)>(1914–16)이 3,465억 원 (2억 3,640만 달러)에 낙찰된 것입니다. 이로써 소더비 옥션의 역대 최고가 기록이 갱신되었고, 동시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미술품이 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예술적 완성도는 물론 시대·역사·개인의 드라마까지 담고 있는 특별한 초상화입니다.
3천억 원이 넘는 그림 한 점, 그 가치는 어디서 왔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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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Gustav Klimt, Portrait of Serena Lederer (1899),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Right) Serena Lederer in her residence with the painting, photo by Martin Gerlach, credit: Brandstaetter iamges/Getty Iamg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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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
이 작품을 의뢰한 이는 클림트의 최대 후원자였던 레더러 부부입니다. 직물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레더러 집안은 미술·음악·패션에 아낌없이 투자했습니다. 초상화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의 어머니, 세레나 레더러는 ‘비엔나에서 가장 우아한 여성’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움과 지성을 겸비한 인물이었고, 남편 아우구스트와 함께 클림트의 가장 큰 컬렉터였습니다. 가족들의 초상화는 물론 벽화, 풍경화, 드로잉 등 수백 점을 수집했죠.
그들은 자녀들을 위해 클림트를 미술 교사로 초빙했고, 세레나의 어머니와 자녀들의 초상화를 의뢰해 3대에 걸친 가족 초상 시리즈를 소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깊은 인연 속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의뢰작이 아니라 예술가와 후원자 사이의 신뢰가 응축된 결과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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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hop of Nicholas Hilliard, Queen Elizabeth I (circa 1598-99), Hardwick Hall. Derbyshire (Right) A large imperial portrait of Consort Chunhui by Giuseppe Castiglione and others, Qing dynasty, Qianglong period. Home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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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성취의 정점에서 나온 걸작
이 초상화는 클림트가 명성과 예술적 완성도가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에 그려졌습니다.
세로 180cm, 가로 130cm의 실제 키보다 큰 전신 초상으로, 전통적으로 왕족과 귀족에게만 허용되던 형식을 클림트가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이는 여전히 권력과 위상을 상징하던 관습을 치밀하게 연구한 결과였습니다.
이 작품에는 클림트가 당시 몰두했던 중국적 상상력도 짙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청 왕실의 용포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 복을 상징하는 박쥐, 영생의 영지, 구름·꽃·별 모티프 등은 중국 미술의 영향력을 보여줍니다. 배경 또한 정면 구도와 직물 패턴을 활용한 청나라 초상화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키스>(1907–08),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I>(1907)를 완성한 뒤 성숙기에 접어든 클림트는 여기서 서양 모더니즘, 중국 회화의 상징성, 그리고 자신의 장식적 미학을 결합해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평생 탐구해온 요소들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클림트가 이 작품에 얼마나 집착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도 있습니다. 2년 가까이 그림에 매달린 클림트를 지켜보던 세레나는 그가 이 작품을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어느 날 세레나가 차를 건물 밖에 세워둔 채 스튜디오에 찾아가 딸을 그린 그림을 들고 나와 도망치듯 떠났다는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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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Klimt, Bildnis Elisabeth Lederer (Portrait of Elisabeth Lederer) (191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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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모더니즘과 희소성
이 초상화의 매력은 막 20세가 된 엘리자베스의 존재감과 아름다움을 정교한 장식과 색채로 구현한 데 있습니다. 화면이 직물처럼 부드럽게 흐르며 시각적 즐거움을 줍니다.
뉴욕타임즈가 특히 주목한 점은 엘리자베스의 ‘정면 응시’입니다. 대부분의 클림트 여성상은 시선을 피하거나 몽환적인 표정을 짓는데, 이 작품 속 엘리자베스는 화면 정중앙에서 관람자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단호하고 침착하며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클림트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소녀가 당당한 주체로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현대적 여성상으로서의 면모가 부각되어, 여러 미술관 전시에 포함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클림트의 정면 응시 초상화 중 개인 소장품으로 남아 있는 것은 이제 단 한 점뿐입니다. 이 희소성이 이번 경매에서 강력한 구매 요인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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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sabeth Lederer in her palais in Jacquingasse, Vienna, circa 192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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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넘어 생명을 구한 초상화
클림트와 가깝게 지냈던 엘리자베스는 그의 사후, 추억을 담은 회고록을 출간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점령하면서 유대인이었던 엘리자베스는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친부가 유대인인 실제 아버지가 아닌 클림트라고 주장했고, 어머니 세레나는 딸을 지키기 위해 이를 인정하는 공식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클림트의 ‘딸’로 인정된 엘리자베스는 결국 비엔나에서 추방되지 않고 머물 수 있었습니다. 비극적으로 1944년에 사망했지만, 이 초상화는 그녀의 삶과 역사를 증언하는 중요한 기록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레더러 부부의 수많은 소장품들은 나치에 의해 빼앗겼고, 돌려받은 일부 작품들은 불타버렸지만, 가족의 초상화들은 가까스로 화를 피해 현재까지 남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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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rd A. Lauder's home, Stinehour photogrp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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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최고의 컬렉터가 선택한 작품
이 작품은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레너드 로더의 소장품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레너드 로더가 누군가요. 바로 2006년, '황금 여인'이라 불리는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1>을 약 1,700억 원에 구매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로널드 로더의 형입니다. 노이에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두 형제의 클림트 사랑은 대단합니다.
레너드 로더가 40년 가까이 이 작품을 소장했는데 그의 명성 자체가 작품 가치 상승의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에스티 로더 가문의 상속자이자 세계적 컬렉터인 로더의 선택은 시장에서 일종의 ‘품질 보증’처럼 받아들여집니다. 작품의 진품 여부, 보존 상태, 역사적 중요성 모두 믿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유명 컬렉터의 사망 후 컬렉션이 시장에 나오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인식이 강해져 전 세계 미술관·컬렉터·투자자가 몰리고, 가격도 크게 뛰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더비는 로더 컬렉션을 유치하기 위해 높은 보증(guarantee)을 제공했고, 위험 분산을 위해 취소 불가 입찰(irrevocable bid)도 적용했습니다. 말 그대로 반드시 높은 가격에 팔릴 구조를 마련한 것이죠.
이 모든 전략이 맞물리며 소더비 옥션은 클림트뿐 아니라 근현대 미술 분야의 새로운 최고가 기록을 탄생시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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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이번에 다루지 못한 다른 경매 작품들과 결과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궁금하신 작품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뉴스레터를 읽어보시고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주저말고 이메일 주세요. 인사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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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갈게요.
정지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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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배달가는 전세계 미술 소식
아트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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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jungand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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