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트레터
1️⃣ 25억 원에 팔린 AI로 만든 메시의 '인생 골'
2️⃣ 하우저앤워스 갤러리, 실리콘밸리 입성 - 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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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트어드바이저 지연입니다.
최신 해외 미술 소식을 배달하는 아트레터가 왔습니다. 💌
여름은 속도를 늦추고, 충전을 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뉴욕의 갤러리들은 8월 한 달 동안 전시장의 문을 닫고, 미술관들은 작품을 교체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미술 소식도 드문드문 들려오는 이 시기에, 아트레터는 8월 한 달간 방학을 갖을 예정입니다.
지난 몇 달간 업무로 인해 다소 비정기적으로 찾아가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규칙적으로 찾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답니다. 아트레터를 쓰는 시간은 늘 즐겁지만, 삶의 여러 지점들을 통과하면서 힘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달라지곤 합니다. 아트레터를 잠시 쉬어가는 동안 인스타그램을 통해 뉴욕의 전시와 짧은 미술 소식들을 전하도록 할게요.
모두들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
그럼 이번 주의 흥미로운 미술 소식을 살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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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요약 #아트뉴스
⬩디카프리오도 반납한 예술작품 - 말레이시아의 1MDB 부패 스캔들로 압수된 피카소·바스키아 등 주요 예술 작품들이 미 연방정부 경매 웹사이트에 등장, 수익은 피해자 구제에 사용될 예정
⬩나이지리아계 영국 작가 잉카 쇼니바레, 자신의 작품 판매 수익으로 아프리카 예술 생태계 구축에 나서 — G.A.S. 재단 통해 아프리카 현지 작가·큐레이터 지원 본격화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 코믹콘에서 자신의 미술관 ‘루카스 뮤지엄 오브 내러티브 아트’ 상세 공개 — 이미지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예술에 집중하여 2026년 LA에 개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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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Memory: Messi - A Goal in Life by Refik Anadol and Lionel Messi, courtesy of Christi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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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5억 원에 팔린 AI로 만든 메시의 '인생 골'
뉴욕 크리스티 옥션의 온라인 경매에서 리오넬 메시의 ‘인생 골’을 AI 기술을 활용한 예술로 재탄생한 작품이 약 25억 원(187만 달러)에 판매되었습니다. 단순히 축구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 이벤트를 넘어, AI와 예술, 스포츠의 경계가 얼마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매가 모두에게 박수받은 건 아닙니다. ‘디지털 감동’이라는 이름 아래, 과연 진짜 감동이 있었냐는 의문을 던지는 시선도 있습니다.
AI 데이터 조각과 비디오로 구성된 작품, <Living Memory: Messi-A Goal in Life>는 몰입적인 작품 환경을 통해 감상이 가능합니다.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은 메시가 가장 좋아하는 골로 직접 선정한 200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헤딩 골을 수백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로 재구성했습니다. 메시의 신체 움직임,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표정의 변화, 심박수와 호흡까지 모든 것이 AI 알고리즘으로 처리되어 8분 길이의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크리스티 뉴욕 경매사 내에서 프리뷰를 통해 전시되었고, 7월 22일에 종료한 온라인 경매를 통해 판매된 수익은 전 세계 어린이 교육을 지원하는 데 쓰일 자선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긍정적인 시선에서 보면, 이 프로젝트는 AI 기술을 통해 스포츠의 감동을 예술로 재해석한 선례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시는 수천 명의 방문자를 모았고, 많은 관람객은 예술과 기술, 그리고 스포츠가 함께 만들어낸 스펙타클에 흥분했습니다. 메시의 팬들 사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골을 고른 이유가 좋은 취지 때문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냉정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뉴욕에서 전시를 방문한 관객들과 일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메시를 위한 예술”이라기보다 “아나돌을 위한 쇼케이스”에 가까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축구 팬으로 구성된 관람객 일부는 “메시의 눈으로 경기를 보는 경험을 기대했지만, 대신 ‘움직이는 스키틀즈’를 본 것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작품 속에는 실제 경기 장면이나 경기의 흐름, 메시의 팀워크 같은 축구의 본질적 요소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였던 사비 에르난데스가 정확히 전달한 패스, 찰나의 연결, 팀워크의 정수는 예술적 재현에서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너무 많은 아나돌, 너무 적은 메시”였다는 평가와 함께, 기술이 감정을 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이 AI 기반 예술은 과연 ‘축구라는 언어’가 가진 육체적, 감정적, 공동체적 체험을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받았습니다. 열광적인 응원, 함께 숨죽이는 순간, 관중석에서의 절규 같은 감정이 데이터화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아나돌의 시도는 기술적으로 정교했지만, 정서적으로는 공허했다는 평가도 가능합니다.
결국 이번 기획 경매는 AI가 인간의 감정, 기억, 문화적 맥락을 어디까지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였고, 동시에 그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가 됐습니다. 레픽 아나돌의 <Living Memory: Messi-A Goal in Life>는 누군가에게는 기술과 예술의 진보로, 또 누군가에게는 ‘영혼 없는 디지털 쇼’으로 다가갈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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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erior view, the site of Hauser & Wirth Palo Alto, 2025. Photos: Jon McNeal Photograp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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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우저앤워스 갤러리, 실리콘밸리 입성 – 이번엔 다를까?
메가갤러리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가 2026년 봄, 미국 팔로알토에 새 공간을 오픈합니다. LA 다운타운과 웨스트 할리우드에 이어 캘리포니아 세 번째 지점이자, 전 세계 17번째 공간입니다.
이색적인 공간 선정으로 알려진 하우저앤워스는,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도보 거리에 있는 1900년대 초에 지어진 구 우체국 건물을 새로운 공간으로 선택했습니다. 루이스 라플라스(Luis Laplace)가 리노베이션을 맡아 전시 공간과와 서점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전시 외에도 아티스트 토크와 지역 기반 프로그램을 예고하며 ‘로컬과 연결된 갤러리’를 핵심으로 내세웠습니다.
팔로알토는 세계적인 부자들이 밀집한 지역입니다. 메타·구글 본사, 스탠퍼드대, 그리고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이 활동하는 곳이죠. 이 지역에는 로렌 파월 잡스(故 스티브 잡스의 아내),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벤처 투자자 마크 안드레센 등 아트컬렉터로 이름난 인물들이 다수 포진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먼저 이 베이 에어리어 지역에 진출했던 가고시안 갤러리와 페이스 갤러리가 정착하지 못하고 각각 2021년, 2022년에 결국 철수하면서, 세계 최고 부자들이 사는 지역에서도 ‘예술은 쉽지 않다’는 평가를 가져왔습니다.
하우저앤워스는 단순히 전시장을 여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와 커뮤니티를 장기적으로 엮겠다는 계획을 내비쳤습니다. 스탠퍼드대 인근이라는 지리적 장점, 기존 컬렉터들과의 네트워크, 그리고 전시·출판·이벤트를 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덕분에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의 공동대표인 마크 파요는 “캘리포니아는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예술가, 기관, 후원자, 컬렉터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그중에서도 북부 캘리포니아는 수준 높은 컬렉터 커뮤니티와 미술관들이 형성되어 있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예술을 위한 새로운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가고시안과 페이스 갤러리도 못 버틴 실리콘밸리에 하우저앤워스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과연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궁금증이 커져가고 있는데요. 갤러리를 철수하기 일 년 전, 페이스 갤러리의 회장 마크 글림처는 베이 에어리어를 두고 “허세나 과시에 반응하는 곳이 아니며, 권위와 특권을 강조하는 폐쇄적인 분위기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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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뉴스레터를 읽어보시고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주저말고 이메일 주세요. 인사도 좋고요!
여러분의 이메일이 아트레터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그럼 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갈게요.
정지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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