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트레터
1️⃣ 노트르담 대성당, 지금 만나러 갑니다
2️⃣ 아버지의 자동차로 터너상을 수상한 아티스트
|
|
|
안녕하세요
아트어드바이저 지연입니다.
최신 해외 미술 소식을 배달하는 아트레터가 왔습니다. 💌
지난주에는 미술계 소식을 읽어나가며 잠시 난독증에 걸린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정보 외에는 어떤 것도 잘 입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일상을 뒤흔든 사건에 분노와 실망으로 지난 일주일을 보내셨을 여러분께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예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쉽게 이지러지는 마음을 고요하게 들여다보며, 지금 우리 밖의 세계는 어떠한가로 생각을 확장해보기로 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감 중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부분에서 눈이 밝아졌습니다. 아직 진행중이지만, 여기서 어떤 예술이 탄생할까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
|
|
🗞️ #한줄요약 #아트뉴스
⬩구스타프 클림트가 2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형이 남긴 미완의 작품을 재작업한 그림이 런던 소더비 옥션 올드마스터 이브닝 경매에서 220만 파운드에 낙찰
⬩행성계의 이름을 지어주는 국제 천문학 연합에서 수성에 있는 8개의 분화구 중 하나를 조각가 루스 아사와의 이름으로 부르기로 승인
|
|
|
The nave of Notre-Dame de Paris cathedral, Friday Nov. 29, 2024, in Paris. Photo by Stephane de Sakutin, Pool via AP. |
|
|
1. 노트르담 대성당,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19년 화재로 큰 손상을 입었던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5년 안에 다시 문을 열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외벽은 아직 공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내부 복원을 마치고 수백 년 간 쌓였던 먼지를 걷어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개방은 프랑스와 가톨릭 교회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행사로, 회복력과 세계적인 영향력을 상징했습니다. 주말에 열린 주요 행사로 12월 7일 토요일 저녁에 대성당의 거대한 문을 여는 의식을 거쳐 역사 깊은 거대 오르간의 연주와 예배가 있었습니다. 8일 일요일 오전에 2019년 화재 이후 첫 번째 미사가 열렸고, 같은 날 저녁 미사부터 일반인에게 오픈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개방 행사를 위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초청장을 보냈으며, 첫 번째 주에 열릴 미사는 단 25분 만에 모두 예약이 마감되었습니다.
12월 7일 저녁 예배의 시작은 특별히 제작된 지팡이를 사용하여 로랑 울리히 파리 대주교가 대성당의 문을 두드리며 개방을 알렸습니다. 새로 제작된 대주교의 지팡이는 대성당 지붕에서 떨어져 나온 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대성당의 문이 열리면서 합창단과 함께 오랫동안 잠들었던 오르간이 깨어나 음악을 선사했습니다.
복원에 20년, 아니 40년까지도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재개방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건축 구조에 크게 변형을 가하지 않고 화재 직전의 모습으로 복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19세기 비올레 르 뒥이 설계한 고딕 첨탑을 그대로 재건했고 목조 구조도 전통 기술과 현대 기술을 융합해 재현했습니다. 프랑스의 마지막 종 제작자로 알려진 코르닐 아바르 주조소가 손상된 두 개의 종을 복원했습니다.
현대적인 요소도 눈에 띄었는데요. 대주교의 등장부터 눈길을 사로잡은 경쾌한 원색이 사용된 전례복은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과 프랑스 예술 공방이 협업한 결과입니다. 예배당 중앙에 위치한 청동 제단을 비롯해 주요 성가구와 전례용품은 프랑스 디자이너 기욤 바르데가, 1,500개의 의자는 프랑스 디자이너 요나 보트린이 디자인했습니다.
대성당의 부활을 기념하는 이 행사에 1,500명이 넘는 손님들이 참석했습니다. 윌리엄 왕세자와 질 바이든 영부인, 베르나르 아르노, 일론 머스크와 같은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들과 화재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들과 복원 작업자들을 비롯한 파리의 시민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행사에 초대를 받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참석하면 주인공이 되어야 할 노트르담 성당에 대한 관심이 분산될 수도 있다며 행사에 불참했는데요. 마크롱 대통령 바로 옆에 앉은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의미심장한 자리배치로 가장 관심을 받았습니다.
노트르담의 복원에는 전 세계적으로 3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약 8억4천600만 유로(약 1조2천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대성당이 프랑스의 건축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임을 보여줍니다. 수리된 천장, 복원된 예술 작품 그리고 수백 년 만에 깨끗하게 닦인 석재와 유리창으로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5년이란 약속한 시간 안에 성당 복원을 이뤄냈다. 노트르담은 우리의 꿈, 심지어 가장 대담한 꿈도 각 개인의 의지와 모두의 헌신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걸 알려준다”고 마크롱 대통령이 소감을 밝혔는데요. 70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세계인이 사랑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부활을 환영합니다. |
|
|
Portrait of Jasleen Kaur at the Turner Prize 2024 ceremony at Tate Britain. Photo by David Parry, PA Media Assignments. Courtesy of Tate. |
|
|
2. 아버지의 자동차로 터너상을 수상한 아티스트
2024년 터너상을 수상한 재슬린 카우르(Jasleen Kaur)는 일상적인 물건들을 활용해 정체성과 기억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주목받는 38세의 예술가입니다. 올해 후보자들 가운데 최연소인 카우르가 영국의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카우르는 글래스고에서 태어난 인도계 이민자의 딸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적 뿌리와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수상자는 2만5천 파운드 (약 4천5백만 원)의 상금을 받게 됩니다.
카우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레드 포드 에스코트가 포함된 2023년 글래스고의 트램웨이에서 열린 전시 <Alter Altar>로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처음으로 소유했던 빨간색 포드 에스코트 자동차를 크로셰 레이스 장식인 '도일리'를 대형으로 제작해 덮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물리적인 오브제뿐만 아니라,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그녀의 개인적 경험을 상징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차는 그녀의 아버지가 고향인 인도를 떠나며 가졌던 ‘이민자의 꿈’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물체로, 스코틀랜드에서 자란 카우르에게는 강렬한 기억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린 터너상 후보 전시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카우르는 이 작품을 통해 이민자들이 겪는 문화적 충돌과 정체성 문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이번 터너상 수상식에서 카우르는 자신이 자란 공동체와 가정에서의 상징적 의미들을 시각적으로 탐구해 왔음을 강조했습니다. 카우르는 또한 터너상을 수상 소감을 통해 가자 지구의 휴전을 촉구하는 정치적 발언을 하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아티스트들이 탄압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는데요. 카우르는 1,200명 이상의 예술가들과 함께 테이트가 이스라엘과 연관된 후원자와 단체들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한 바 있습니다. 그녀는 의상을 통해서도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표현하고, 시상식장 근처로 모인 2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와 함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테이트 브리튼에서 9월 25일에 시작한 네 명의 터너상 최종 후보자들의 전시는 수상자 발표 후에도 이어져 내년 2월 16일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
|
|
Maurizio Cattelan, Under, 2024. Courtesy Massimo de Carlo. |
|
|
3.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2024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열린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는 미국 최대 아트페어입니다. 12월에 따뜻한 플로리라로 수많은 컬렉터와 갤러리를 불러 모으고,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할 만큼 많은 행사와 전시로 도시를 꽉 채워 생동감 넘치는 아트페어 위크를 만듭니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로 인해 도시 자체가 바뀌었다고 할 정도인데, 다른 아트 페어에 비해 미국 갤러리가 다수를 차지한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의 새로운 디렉터로 임명된 브리짓 핀이 로컬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플로리다에 라틴 아메리카계 인구가 높은 만큼, 라틴 아메리카 아티스트들이 많이 소개되는 특징도 있습니다. 이번에 브라질 갤러리 20여 개가 참여해 여느 해보다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미국 대선의 영향은 역시 아트페어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국기와 같은 미국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띄었지만, 정치적인 발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감상이 들려왔습니다. 플로리다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홈그라운드이고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지역인 만큼 이를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는 38개국에서 온 286개 갤러리를 선보였는데, 이 중 34개 갤러리가 처음으로 포함되었습니다. 동시에 열리는 아트 마이애미에는 170개 갤러리가 포함되었고 그 밖에도 아트 마이애미, 디자인 마이애미, 언타이틀드, 나다 등 다양한 아트페어가 동시에 열렸습니다.
이렇게 많은 갤러리 부스를 오가다보면 아찔하고 피로해지기 마련입니다.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많은 작품들을 보고 나면, 이번 아트페어에서 가장 비싼 작품이 뭘까? 라는 질문이 들기 마련인데요. 아쿠아벨라 갤러리가 내놓은 파블로 피카소의 1969년 작품이 3천만 달러(약 430억 원)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어 과연 판매가 성사되었는지 호기심을 샀습니다.
<코미디언>(aka 바나나 열풍)의 시작이 바로 아트 바젤 마이애미였던 만큼,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신작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마시모 드 칼로 갤러리와 가고시안 갤러리가 각각 캐틀란의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최근 카텔란은 총기 문제에 대한 작품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시모 드 칼로 갤러리에서 미국 국기에 총탄의 흔적을 새긴 금색 패널 작품, <Under>(2024)를 소개했는데요. 작품을 보기 위해 다가서면 관람객은 거울처럼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총격의 상처와 함께 만나게 됩니다. 카텔란은 “금과 총만큼 미국적인 것이 있느냐”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지만, 세상의 부조리함에 유머와 아이러니로 맞서는 그가 올해 초에 이 시리즈에 대해 말한 것이 개인적으로 울림을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매일 폭력에 젖어있으며, 폭력에 익숙해졌다. 반복으로 인해 우리는 폭력을 피할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피할 수 없는 일,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오늘도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고 있음을, 작품이 예술가가 참여하는 방식임을 생각하며 그 의미를 돌아봤습니다. 미술 시장에 대해 쓰면서 자본과 힘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많지만, 결국 예술가의 정신과 작품이 없다면, 그 의미를 잃는다면, 예술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기묘한 상품이 될 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냉소하지 않고 미술 시장을 바라보며 그 작동 원리와 영향을 설명하는 작업을 계속 해나가겠습니다. |
|
|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뉴스레터를 읽어보시고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주저말고 이메일 주세요. 인사도 좋고요!
여러분의 이메일이 아트레터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그럼 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갈게요.
정지연 드림 |
|
|
뉴욕에서 배달가는 전세계 미술 소식
아트레터
jj@jungandco.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