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트어드바이저 지연입니다.

한 주의 해외 미술 소식을 배달하는 아트레터가 왔습니다. 💌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뉴욕은 경매로 들썩입니다. 이 시즌에 가장 고가의 예술 작품들이 거래되기 때문이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으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구세주>가 바로 11월 뉴욕 크리스티 옥션에서 판매되었습니다. 벌써 7년 전 일이네요.

주요 경매인 저녁 경매 외에도 하루 종일 관련된 여러 경매가 열립니다. 소더비 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하던 시절 모든 경매에 다 참석했다가 한밤중에 녹초가 되어 경매장에서 나오던 날들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어떤 작품들이 화제가 되고 있을까요? 아트레터와 함께 볼까요?

💰뉴욕 옥션 위크💰

전세계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11월 뉴욕 경매의 주요 경매 분야는 모던과 컨템포러리 또는 20세기와 21세기라고 분류되는 작품들입니다. 경매사들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경매를 진행하지만 약 1850년에서 2024년을 아우르는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시기에 따라 파트를 두 개로 나누어 이틀에 걸쳐 열리는 저녁 경매에 이번 시즌의 화제작들이 등장합니다. 여기에 개인 컬렉션을 하이라이트로 소개하여 단독으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3D (Death, Divorce & Debt)로 인해 처분해야 하는 규모있는 개인 컬렉션이 늘 있기 마련인데, 이 시기에 관심이 집중이 되기 때문에 가을 경매에 나오는 개인 컬렉션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크리스티 옥션을 예로 들면, 11월 19일 저녁 7시에 미카 컬렉션을 시작으로, 같은 날 8시에 20세기 이브닝 세일, 다음 날 20일 오후 7시에 21세기 이브닝 세일을 진행합니다. 그 사이에 데이 세일 (아침과 오후 경매), 워크온페이퍼 세일 (드로잉, 판화 경매), 피카소 세라믹 세일 등이 열립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경매계의 최대 라이벌인 만큼, ‘이 시기에 어떤 작품으로 주목을 더 받는가’, ‘어떤 작가의 최고가를 만들어내는가’, ‘총 판매액으로 어디가 앞서는가’가 관심거리입니다.

1. 테마가 있는 작품 선택

코메디언, 마우리치오 카텔란, 2019 | Sotheby's

이번 경매 시즌의 최대 화제작은 역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메디언> 입니다. 벽에 덕테이프로 붙인 바나나 한 개.

2019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데뷔한 후 수많은 스캔들을 낳은 작품이지요. 한국에서도 전시를 통해 소개된 바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예술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술 작품의 가치가 순수하게 미적 감각이나 장인 정신이 아닌 개념적 전제에 의해 결정되는지에 대한 즉각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예술을 평가하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미술계를 둘러싼 진지함에 유머로 대응하는 캐틀란의 도발적인 태도가 담긴 작품입니다. 총 3점의 에디션과 아티스트 프루프 2점이 존재합니다.

2019년에 이 작품이 12만 달러 (약 1억 6천만 원)에 팔렸을 때 전세계가 들썩거렸는데, 그로부터 5년 후인 현재 경매 예상가는 20억 원에 달합니다. 저녁 경매에 나온 작품들 중 유일하게 암호화폐를 지불 수단으로 받겠다고 명시한 작품입니다. 작품을 구매하면 뭘 주냐고요? 바나나와 덕테이프, 그리고 작품 설치 설명서를 받게 됩니다.

대너 메모리얼 윈도우, 티파티 스튜디오, 1913 | Sotheby's

럭셔리 브랜드 티파니를 설립한 찰스 루이스 티파니의 아들,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는 유명한 미국의 장식 미술가입니다. 스테인드글래스 기법으로 만든 ‘티파니 글래스’로 유명하지요. 미국의 화양연화라고 불리는 풍족한 시절을 반영하는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줬습니다. 그가 설립한 티파니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창문과 조명은 아직까지도 백악관에서 사용되고 있고, 다양한 제품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경매에 나온 작품은 티파니 스튜디오에서 활동한 여성 디자이너, 아그네스 노스랍의 디자인으로 오하이오의 한 교회에 설치되었던 것입니다.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기념하여 대너 부부를 위해 1913년에 의뢰한 작품으로, 버블 경제 시절에 일본의 한 기업에 판매되었다가, 미국의 케이블비전 창업자인 알란 게리가 2000년에 크리스티 옥션에서 190만 달러에 구매했습니다. 이번 예상가는 500만~700만 달러로 만약 예상가 범위 안에서 판매가 된다면 티파니의 최고가가 갱신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련, 클로드 모네, 1914-17 | Sotheby's

소더비 옥션이 이번 시즌 이브닝 세일에 포함시킨 개인 컬렉션은 시델 밀러 컬렉션입니다. 시델 밀러는 뷰티 사업으로 성공한 인물로 인상주의와 초현실주의 그리고 장식미술품이 돋보이는 컬렉션을 구축했습니다. 꿈결 같은 컬렉션을 돌아보면서 ‘좋아하던 초콜렛처럼 달콤한 사람’이었다는 밀러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 (1914-17) 입니다. 뮤지엄 퀄리티라고 부를만한 수려한 모네의 대표적인 스타일이 잘 담겨있어 어느 미술관이나 환영할 작품입니다. 예상가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과연 치열한 경쟁을 잘 만들어냈는지 시험대에 오를 종목입니다.

빛의 제국, 르네 마그리트, 1954 | Christie's

크리스티 옥션이 이번 시즌에 포함시킨 개인 컬렉션의 주인공은 애틀랜틱 레코드의 공동 설립자 아흐멧 에르테건의 부인인 미카입니다. 60-70년대 ‘잇걸’로 불리며 앤디 워홀과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아티스트들과 교류했고 독특한 스타일과 뛰어난 안목으로 주목받았지요. 작년에 타계한 그녀의 거실에 걸려 사랑을 받았던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의 예상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경매에 가장 큰 수익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마그리트의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만드는 기법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화창한 낮의 하늘과 어둑한 저녁의 지상 풍경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오싹하고 기이한 느낌, 가벼운 물결이 이는 수면에 거울처럼 반사된 빛으로 빚은 몽환적인 느낌은 작품을 오랫동안 바라보게 만듭니다.

유리 탁자 위의 정물, 데이빗 호크니, 1971 | Christie's

역시 미카 컬렉션에서 나온 작품으로 데이빗 호크니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작품입니다. 파트너였던 피터 슐레징어(호크니의 수영장 그림에서 내려다 보던 그 남자)와 결별한 후의 심경이 의미심장하게 배치된 정물화에 담겨있는데요. 가로 2미터 70센티미터가 넘는 캔버스 위에 꽃병, 물잔, 조명 등이 거리를 유지하며 외롭게 서있습니다. 그중에서 달항아리를 담은 도자기가 눈에 띄었죠. 튤립은 슐레징어와 연관되어 호크니의 작품에서 종종 등장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하이퍼 리얼리즘 스타일로 일상적인 사물들을 선명하면서도 위태롭게 그려내어 작가의 사랑과 슬픔 그리고 추억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예상가 1500만~2000만 달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입니다.

무제, 장 미셸 바스키아, 1982 | Christie's

크리스티 옥션의 21세기 이브닝 옥션의 중심에 있는 작품은 장 미셸 바스키아의 '무제'(1982)로, 2000만~3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화상입니다. 바스키아가 22살 때 그린 이 작품이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컬렉터인 피터 브랜트가 90년대 초에 구매하여 브랜트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으로, 2019년 파운데이션 루이비통에서 열린 작가의 회고전에 소개되었고 지난 여름에는 스카스테트 갤러리에서 피카소와 나란히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머리에 승리와 명예를 상징하는 월계수 화환이 그려진 이 그림은, 자신의 모습을 영웅적으로 만들어낸 강렬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제작된 1982년은 바스키아의 인생에서 예술적으로 성숙해지던 시기로 그의 짧은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제작한 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