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00억 원에 구매한 수수께끼의 걸작, 내셔널갤러리에서 첫 공개
정체불명의 걸작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개관 200주년을 맞아 놀라운 작품을 새로 소장했습니다. 작가가 누구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16세기 제단화를 무려 1640만 파운드(약 300억 원)에 구매한 것입니다. 〈성 루이와 성 마가렛과 함께한 성모자〉라는 이 작품은 1500~1510년경 제작된 것으로, 익숙한 종교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독특하고 재치있는 아이코노그래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작품은 원래 벨기에 겐트 인근의 수도원에서 봉헌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컬렉터인 헨리 블런델이 1803년에 구매한 후, 최근까지 친인척의 소장품으로 이어져 도싯 지역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왔습니다. 이번 구매는 소더비 옥션의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미술관을 후원하는 단체인 American Friends of the National Gallery London의 자금 지원으로 성사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완전히 미상이라는 사실입니다. 예전부터 얀 호사르트, 장 헤이, 휘호 반 데르 후스의 추종자 등 다양한 작가들이 추정되었지만, 현재까지도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내셔널갤러리가 이 작품의 제작자를 어떻게 기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유머과 상징이 가득한 도상
이 제단화는 단순한 종교화 이상의 미학적 독창성이 담겨 있습니다.
🦜 아기 예수가 황금방울새를 억지로 잡고 있는데, 이는 순교의 상징이자 그리스도의 고통을 연상시킵니다.
🐉 성 마가렛은 기묘한 형상의 용을 밟고 선 평온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바닥에 깔린 용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이죠.
🎶 이 장면에 알 수 없는 음악이 깔리고 있습니다. 왼쪽 천사는 중세 회화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입으로 부는 작은 하프를 연주하고 있고, 오른쪽 천사는 화가가 지어낸 것으로 추정되는 악보를 들고 있습니다.
👼🏻 배경 속 작은 기둥 장식에는 아담과 이브뿐 아니라, 방귀를 뀌는 아기 천사 등 우습고 기이한 장면들이 숨어 있어, 중세 필사본에서나 볼 법한 B급 유머가 회화 속에서 발견되는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왜 이 작품에 300억 원이나 썼을까?
내셔널갤러리의 관장 가브리엘레 피날디는 "이 작품은 수십 년간 미술관의 위시리스트에 있었던 것"이라며, 작가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예술적 완성도와 역사적 가치만으로 충분히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작품의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며, 15세기 말 벌목된 발트 해 지역 참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재료 분석 결과는 이 작품의 연대와 지역성을 뒷받침합니다.
수수께끼의 작품, 관객을 만나다
작품은 2025년 5월 10일, 내셔널갤러리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입니다.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더 매력적인’ 이 그림은, 미술 시장에서 고전적인 작품이 여전히 그 가치가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충분히 연구되었다고 여겨지는 중세와 르네상스 미술사에서 아직도 놀라운 발견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